번개장터 x VISLA <TREASURE HUNTER> Ep.3

동묘, 광장시장, 홍대로 이어지는 오프라인 빈티지의 성지와 불과 3, 4년 전부터 속속들이 등장한 프리미엄 빈티지 숍 그리고 어느새 생활 깊숙이 침투해 버린 각종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까지. '중고'를 '빈티지'로 멋들어지게 포장하며 모두가 거부감 없이 세컨드핸즈 아이템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 지금이야말로 과연 빈티지의 시대가 아닌가 싶다.
허나 물줄기가 크면 옆길로 새는 녀석들도 있기 마련, 단순 프리미엄 빈티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손길을 더한 리메이크 아이템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페인팅, 패치워크 등으로 재탄생한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원앤온리(1&ONLY)라는 유일성이 개성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계속해서 유혹하고 있다.
뎀나 바질리아(Demna Gvasalia)의 손길이 닿은 베트멍(Vetements)의 리워크드 컬렉션부터 국민 청바지 리바이스를 활용한 다양한 리메이크 제품 그리고 김도영 작가가 함께한 번개빈티지까지. 번개장터 트레저 헌터 3화에서는 숨이 꺼져 가던 세컨드 핸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획기적인 리메이크 아이템을 준비해 봤다. 공들여 발굴한 결과물을 하단에서 함께해 보자.
Rebuild by Brand:
Needle and Thread
벤트게이블니츠 나이키 모헤어 컬렉션

2019년 드레이크의 인스타그램에 등장한 이래로 폭풍 성장한 리메이크 브랜드 벤트게이블니츠(BENTGABLENITS)는 나이키(Nike) 빈티지 스웨트셔츠에 손뜨개 스우시 로고를 부착한 컬렉션 'Batch #1'로 그 시작을 알렸다. 총 11피스로 구성된 컬렉션 중 드레이크가 구입한 제품만도 5개라 하니 바다 건너의 영향력은 이미 기존 리메이크 브랜드를 능가한 셈이다.
칼하트(Carhartt), 리바이스(Levis), 조던(Jordan) 등 벤트게이블니츠와 함께한 브랜드 라인업 역시 만만치 않지만, 뭐니 뭐니 해도 나이키 스웨트셔츠를 활용한 모헤어 컬렉션이야말로 팬들 사이에서 여전히 회자되는 수작이라 할 수 있다. 할머니가 기워주신 듯한 큼직한 스우시 로고와 그 윤곽을 둘러싼 포근한 모헤어, 그리고 모헤어의 모질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함께 동봉된 바비 인형 패키지의 바비 브러시까지. 이런 보물이 아직까지 번개장터에 남아있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벤트게이블니츠를 처음 접한 이들이라면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일 수 있지만 리메이크 빈티지 마니아라면 분명 천금같은 기회일 것.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는다고 서둘러 찜하기 버튼을 눌러보자.
Rebuild by Brand:
Painting
베트멍x리바이스 앞자수 로고 데님 진

최근 캠페인 논란으로 한차례 고역을 치르고 있는 뎀나 바잘리아의 발렌시아가(Balenciaga)지만, 그들이 무얼 하든 간에 뎀나라는 이름만으로도 확실한 기대감을 안기고 있다는 점에서 현시점 그들의 아성에 대적할 브랜드가 있나 싶기도 하다. 그리고 그 이전에 뎀나의 베트멍이 있었더랬다. 마르지엘라(Margiela)에서 몸담았던 뎀나답게 그 역시 기존에 굳어진 대중적인 옷의 실루엣을 해체하고 다시 짜집는 작업에 능했는데 특히 그 시절 베트멍의 컬렉션에는 리바이스를 재작업한 룩이 빈번하게 등장했다.
물론 2023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이 제품을 돌아보면 상당 부분 '촌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는 건 인정하는 바다. 종아리 바깥쪽으로 난 절개 디테일이나 타이트하게 허벅지에 감기는 핏이 그러할 테지만, 남자라면 다소 민망할 부위에 브랜드 로고를 대문짝만 하게 프린트했다는 점에서 그 도전정신을 높이 사지 않을 수 없다. 이러나저러나 대중의 눈길을 끄는 데에는 큰 성공을 거뒀으니 마케팅적으로는 참 타고난 재능을 가진 뎀나다.
Gallery Dept x LANVIN 페인팅 후드

프린팅 리메이크하면 절대 빠질 수 없는 브랜드가 바로 갤러리 디파트먼트(Gallery Department) 아닐까. 버질아블로가 루이비통(Louis Vuitton) 쇼 피날레에서 입고 등장하며 국내에도 유명세를 탄 갤러리 디파트먼트는 화가를 본업으로 했던 조슈에 토마스(Josue Thomas)가 설립한 브랜드로 옷을 직접 제작하기 보다 핸드 페인팅, 핸드 다잉 등 기존 제품에 그의 미적 감각을 살린 작품을 선보여왔다.
프랑스 패션 하우스 랑방(Lanvin)과의 협업 역시 그의 장난끼 넘치는 요소를 찾아볼 수 있는데, 마치 조슈에가 미술 작업을 할 때 입었을 법한 물감 묻은 후드를 완성본 마냥 내놓은 것이다. 물론 물감 몇 번 흩뿌리 자국이나 단순 로고 플레이 만으로 럭셔리 브랜드에 버금가는 가격 표를 매기는 그들의 행태에 분개하는 이들 역시 적지 않다. 그러나 버질의 파이렉스 비전이나 럭셔리 하우스들이 앞다투어 로고 티셔츠를 출시하는 것만 봐도 그에 상응하는 수요는 항상 존재하며 그 또한 일부의 문화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호불호 논쟁에 마침표를 찍었다면 번개장터에 숨은 갤러리 디파트먼트의 보물을 탐구해 보자.
데님티어 x 리바이스 Season 2
핸드 페인팅 501 진

만국 공통 국민 청바지 리바이스 진은 그 인기만큼이나 각국의 재고 역시 넘쳐나는데 그런 이유로 아티스트들에게는 완벽한 캔버스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슈프림(Supreme)의 크리에이터 디렉터이자 데님 티어스(Denim Tears)의 수장 트레메인 에모리(Tremaine Emory) 또한 이를 놓치지 않고 두 차례 협업 컬렉션을 발매했다.
데님 티어스의 화관 로고를 전, 후면으로 프린팅한 데님 셋업이 두 브랜드의 정체성을 가장 잘 담은 컬렉션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올여름 발매한 이들의 두 번째 협업 역시 의미면에서 그에 뒤처지지 않는다. 인디고 데님 생산에 동원됐던 아프리카 후손 굴라 게치(Gullah Geechee)의 역사를 재조명한 이번 컬렉션에서는 그들의 문화와 역사를 리바이스라는 컨버스 위에 녹여냈다. 소개할 매물 역시 해당 컬렉션 중 한 피스로, 리바이스의 효자 라인 501 Jean 위에 인디고 핸드프린팅을 감각적으로 배치했다. 트레메인 에모리는 해당 핸드프린팅이 당시 굴라 게치 후손들의 견뎌야 했던 고된 인디고 염색 노동을 상징한다고 밝혔으며 사용된 색감 또한 인디고 염색으로 유명한 나이지리아의 코파 마타 염료 구덩이를 의미한다고 전했다. 미와 근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핸드 프린팅 진과 함께 데님의 역사를 탐구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Bootleg Culture

혹시, 부틀렉(Bootleg)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는지? 앞의 단어가 생경하다면, 그 의미를 함께하는 '해적판'이라는 명칭이 조금 더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부틀렉이란 '불법적으로 제작해 배포하거나 판매하는 제품'으로 원본에 창작자의 해석이나 예술적인 요소의 가미를 통해 원작과 차별화한 형태의 제품을 완성하기에 막연히 가품으로 취급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부틀렉 컬처 속에서 탄생한 수많은 아이템이 있지만, 이 문화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할렘의 전설적인 재단사 대퍼 댄(Dapepr Dan)이다. 그는 1982년부터 92년까지 뉴욕 할렘 거리에 부티크를 운영, 초기에는 가죽과 모피의류를 주로 판매했으나 자신의 작업실에서 가죽 위에 실크 스크린을 하는 공정을 통해 루이비통(Louis Vuitton)이나 구찌(Gucci), MCM 등의 모노그램 패턴을 차용해 재킷이나 셔츠, 트레이닝 슈트 등 완전히 새로운 옷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는 할렘 거리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고, 초기 동네의 갱이 하나 둘 그의 명품 재킷을 입기 시작, 이후 LL 쿨 J(LL Cool J)나 에릭 B & 라킴(Eric B & Rakim), KRS-원(KRS-One)과 같은 흑인 아티스트가 이를 따르며, 패션 사조에 또 다른 흐름을 만들어냈다. 아쉽게도 명품 브랜드 패턴의 무단 사용으로 경찰이 급슴함과 동시에 대퍼 댄의 부티크는 문을 닫았지만, 2017년 부틀렉 컬처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일어나 구찌와의 공동 파트너십을 맺었다.

대퍼 댄 이후에도 부틀렉의 이름표를 단 아이템은 꾸준히 생산되었다. 그러나 그 대다수가 재해석되거나 재창조되지 못한 채, 그저 조금의 변형을 거친, 본품을 조악하게 따라한 옷가지에 불과했고, 부틀렉 컬처 또한 조금씩 사드라드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012년 부틀렉 컬처에 새롭게 불을 지핀 인물이 등장한다. 불현듯 등장, 패션 신(Scene) 일대에 혁신을 일으킨 버질 아블로는 '파이렉스 비전'이라는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하며, 부틀렉 컬처를 다시금 수면 위로 띄웠다. 그는 폴로 랄프로렌(Polo Ralph Lauren)의 데드스탁을 40달러에 구입, 그 위에 자신의 브랜드 네임인 'PYREX VISION', 그리고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의 등번호 '23'을 프린팅한 뒤 그 열 배가 넘는 가격인 550달러에 팔았다. 부틀렉 문화를 오마주, 이를 통해 하나의 브랜드를 새롭게 선보인 것이다. 이외 번개장터 안에서도 부틀렉 컬처로 인해 탄생한 다양한 아이템을 만나볼 수 있다.
'번개빈티지' 프로젝트



이러한 리메이크와 커스텀, 부틀렉 컬처와 궤를 함께하는 번개장터의 프로젝트 역시 흥미롭다. 올여름 '과일 티셔츠'와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패션 브랜드 파도타기(Padotagi)의 디렉터 김도영. 번개장터는 김도영과 협업, '번개빈티지'라는 특별한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번개장터와 김도영이 가치 있는 빈티지 티셔츠를 직접 수집해 이를 되살리는 프로젝트인 번개빈티지는 랄프 로렌(Ralph Lauren)이나 나이키(Nike), 칼하트(Carhartt) 등의 다양한 티셔츠 전면에 강렬한 번개 아트워크와 본 프로젝트의 슬로건인 'Moment or Impression'이라는 문구를 실크스크린으로 새겨 다시금 생명럭을 불어넣었다.
이와 함께 국내 빈티지의 성지로 불리는 '동묘'에 방문, 번개빈티지 아이템을 동묘 로컬 어르신들에게 소개하고, 이를 직접 스타일링한 콘텐츠를 번개장터 매거진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선보였는데, 이 또한 소셜 미디어 유저에게 선풍적인 반응을 얻어내며 많은 이의 흥미를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