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LL TO LOVE People 좋아했던 것을 보내고, 좋아하는 것을 들이는 사람들. 첫 번째 이야기, 최예다운.
잘 보내는 사람이 잘 들이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것 앞에서 진심이고, 아끼던 것도 보낼 줄 아는 사람들이 SELL TO LOVE 클럽에 모여 있습니다. 이분들 각각의 SELL TO LOVE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름 : 최예다운
하는 일 : 간호사, 배우, 모델, 작가, 지금은 패션 브랜드 ‘하스타’ 운영
좋아했지만 보낸 것 : 빈티지 샤넬과 하이엔드 아이템들
지금 찾는 것 : 야시카 T3, 샤넬 코코 크러쉬, 그리고 좋은 스피커
Q1. 다운 님,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한때는 간호사, 배우, 모델, 작가였고 지금은 하스타라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최예다운 입니다. 블로그에 12년째 살아온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기도 합니다.

Q2. 한때는 명품을 열심히 모으던 시절도 있었다고요.
20대 초중반에 독립하고 세상에 나왔는데, 잘난 사람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나를 어떻게 빛나게 하지' 같은 고민도 하기도 했어서, 그 당시엔 비싸고 값진 것들에 대한 열망이 컸던 것 같아요. 빈티지 샤넬 같은, 매물이 잘 없는 아이템들도 일단 먼저 사야겠다 하면서 많이 모았고요.

그러다 어느 날 집을 나서려고 거울을 보는데, 죄다 비싼 걸 걸쳤는데 현관문 하나를 못 열겠는 거예요. 내 모습이 아닌 것 같아서요. 내 마음이 가난하면 남도 나를 예쁘게 보지 않겠다 싶었어요. 그때부터 모았던 명품들을 보내기 시작했어요.
Q3. 그렇게 다 보내고 나서, 달라진 게 있었나요?
보낸 물건들은 돈이 되잖아요. 그 돈으로 프랑스로 워킹 홀리데이를 가려고 했거든요. 코로나가 터지면서 결국 못 갔지만, 뭐랄까, 다음으로 넘어갈 때는 가지고 있던 걸 놓아주기도 해야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 뒤로는 사는 방식도 좀 달라졌어요. 뭐든 많이 사는 게 아니라, 지금 나한테 필요한 걸 하나씩 사요.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것 같아요.
Q4. 반대로, 보내려다가 끝내 못 보낸 물건도 있다면서요.

생로랑 가방이에요. 20대 초반에 처음 산 명품 가방인데, 사실 거의 안 멨거든요. 몇 번을 팔려고 내놨다가도 결국 못 보내겠더라고요. 그때의 제 모습을 잊지 않게 해주는 물건이라서요. 이 가방은 그냥 갖고 있기로 했어요.
Q5. 다운 님이 좋아하는 것들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다 빈티지예요. 빈티지 샤넬, 빈티지 필름 카메라. 빈티지는 새 제품이라는 게 없으니까 꼭 중고로 구해야 되잖아요. 그래서인지 만났을 때 더 반갑기도 하고요. 대학생 때부터 입던 바지, 여러 나라에서 하나씩 사 모은 CD들도 그렇고요. '취향이 변했다'라기보다는, '시간이 쌓여간다'고 표현하는 걸 좋아해요.
Q6. 영상 인터뷰에서 야시카 T3를 다시 찾고 있다고 하셨어요. 그 카메라는 어떤 의미인가요?

처음으로 필름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일상을 기록해 보겠다고 마음먹게 한 카메라예요. 좋은 카메라는 많지만, 시작을 함께했던 그 카메라만큼은 쉽게 잊히지 않더라고요. 다시 찾아서, 그때 못다 한 기록을 이어가고 싶어요
Q7. 안 쓰게 된 물건을 보낼 때는, 어떤 마음으로 보내세요?
사실 떠나보내는 게 제일 힘들어요. 안 쓸 거라는 걸 알아도 힘들어요. 이 물건을 사기까지 고민한 시간이 있고, 같이 지낸 시간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보내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더라고요. 그래도 보내는 건, 저한테는 지금 필요가 없어도 누군가한테는 꼭 필요할 수 있으니까. 그 가치를 알아볼 사람한테 보내드리는 거예요.
Q8. 보낸 물건 중에 유독 기억에 남는 하나가 있나요?

친언니 결혼식에 근사한 수트를 입고 싶어 큰맘 먹고 구입했던 90년대 샤넬 수트 셋업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한 번 입고는 '평생 가보처럼 간직해야지'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누군가에게 보내주게 되었어요.
저는 물건을 살 때 늘 '평생 함께할 것'이라는 마음으로 구매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그럴 자신이 없을 때는 더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자켓은 조금 작고, 스커트는 허리가 커서 셋업으로는 다소 애매한 사이즈였어요. 게다가 금액도 있는 제품이라 신중하게 고민해 보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구매자분께서는 "사이즈와 상관없이 이 옷을 소장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아요."라며 정말 설레는 마음을 전해주셨어요.

중고거래를 하며 아직 도착하지도 않은 물건에 감사와 기쁨을 표현하는 사람을 처음 만났던 것 같아요. 저는 분명 아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물건을 받은 뒤 너무 행복하다는 연락을 받고 오히려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그때 배웠어요. 지키지 못할 것들을 붙잡고 있는 것보다, 그것을 가장 사랑해 줄 사람에게 보내주는 일도 충분히 의미 있다는 걸요.
Q9. 요즘은 어떤 것을 들이고 계세요?

요즘은 샤넬 코코 크러쉬 반지를 하나씩 들이고 있어요. 어차피 계속 가격이 오르는 것들이고, 중고 시세도 잘 안 떨어지더라고요. 목걸이나 귀걸이는 잘 안 하는데 반지는 늘 하거든요. 오래 하고, 잘 어울리고. 제 결에 맞는 것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외에는 밤마다 음악 듣는 시간을 위해 좋은 스피커를 하나 들일까 고민 중이에요.
Q10. 보내고 들이는 일의 끝에, 다운 님이 그리는 꿈이 있다면요?
제가 이렇게 열심히 사는 이유는 사실 나눠주기 위함 이에요. 물건을 보내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그 행위를 통해서 얻는 게 결국 또 새로운 용기더라고요. 그 용기를 다른 사람한테도 전달해주고 싶어요. 그게 저한텐 SELL TO LOVE예요.
Q11. 마지막으로, 번개장터에서 무언가를 보내고 들이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추억이 깃든 것들을 보내는 용기, 새로운 추억이 담길 물건을 들이는 용기. 결국 모든 것에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보낼 때의 아쉬움을 오래 붙잡기보다, 그 자리에 새로운 추억이 쌓인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추억을 쌓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결국 그 모든 것은 사랑이 아닐까요?



